'마통' 뚫는 신탁사들, 재무 건전성 '빨간불'

입력 2024-03-21 18:21   수정 2024-03-22 02:47

건설사 부실이 부동산신탁사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신탁사 재무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당국은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신탁사 위험이 다른 사업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833.36%로 전년 동기 대비 150.64%포인트 하락했다. 재무상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NCR은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부동산신탁사의 지난해 순이익 총합은 2491억원으로 전년보다 61.2% 급감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자금난에 대비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으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책임준공 확약 상품을 대거 팔았던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단기차입 한도를 34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공시했다. 책임준공 후발주자로 꼽히는 대신자산신탁도 지난달 말 단기차입금을 700억원 늘리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신탁사의 부실 사업장 위험이 다른 사업장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신탁사의 건전성과 충당금 적립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대주주나 계열사 관련 책임준공 확약을 해주면서 자금 편익 제공 등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한 부동산신탁사와 대주 간 이뤄지는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해 모범규준을 마련해 신탁사가 감당해야 하는 손실 책임 범위를 명시할 예정이다.

책임준공 확약 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은 불가피한 공기 지연 사유가 있더라도 준공 기한을 못 맞추면 시공사와 신탁사가 모든 채무를 떠안도록 돼 있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석윤 PM&A 대표는 “부동산개발시장 성장에 역할을 한 책임준공 확약 자체를 손질하기보다는 부실 신탁사 사업장을 다른 곳이 빠르게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류병화/권용훈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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